피자소녀 생각

사과에 상처가 나면

오아뱅 2008. 12. 8. 18:56

 

 

사과에 상처가 나면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-강희창-

 

사과에 상처가 나면 어느새 뿌리가 알아챕니다

손가락이 버진것처럼 아픔이 이만저만 아니어서

얼마간 꼭지와 가지 사이 가래톳이 섰을 겁니다

각별히 그 한곳을 위해 백방이 호들갑을 떠는데

잎이 마르고 가지가 야위도록 진액을 모았을 테구요

바람은 바람대로 아픈 델 호오해주며 진물 닦아주고

새벽엔 별빛 불러다 꿰매고 이슬 바르고 그러지요

온 세상이 사랑을 줄대느라 부산 떨어요, 떨고 말구요

 하지만 사과도 제살을 돋우려 몸부림쳐야 한다는 거 

 

여전히 사과나무는 무슨 일이 있었냔 듯 서 있습니다

향을 잃지 않고 다 큰 홍옥을 꼭 붙들고 있네요

잘 아문 딲지 위로 볕살이 빠꼼이 내리쪼이면서

보드랍고 다스운 탈지면처럼 말이죠

 

 

 

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<이 시를 만나고>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

 

'사과에 상처가 나면' 어떻게 이렇게 예쁜 시가 있을까?

사과에 상처가 나무는 이렇게 호들갑인데

내 마음에 상처가 나면 나는......

 
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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