사과에 상처가 나면
-강희창-
사과에 상처가 나면 어느새 뿌리가 알아챕니다
손가락이 버진것처럼 아픔이 이만저만 아니어서
얼마간 꼭지와 가지 사이 가래톳이 섰을 겁니다
각별히 그 한곳을 위해 백방이 호들갑을 떠는데
잎이 마르고 가지가 야위도록 진액을 모았을 테구요
바람은 바람대로 아픈 델 호오해주며 진물 닦아주고
새벽엔 별빛 불러다 꿰매고 이슬 바르고 그러지요
온 세상이 사랑을 줄대느라 부산 떨어요, 떨고 말구요
하지만 사과도 제살을 돋우려 몸부림쳐야 한다는 거
여전히 사과나무는 무슨 일이 있었냔 듯 서 있습니다
향을 잃지 않고 다 큰 홍옥을 꼭 붙들고 있네요
잘 아문 딲지 위로 볕살이 빠꼼이 내리쪼이면서
보드랍고 다스운 탈지면처럼 말이죠
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<이 시를 만나고>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
'사과에 상처가 나면' 어떻게 이렇게 예쁜 시가 있을까?
사과에 상처가 나무는 이렇게 호들갑인데
내 마음에 상처가 나면 나는...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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